1 마주 보고 아침 식사를 하는 내내, 성우는 어젯밤 생각을 했다. 성우가 알던 다니엘은 늘 저기압에, 예민하고, 툭 하면 화를 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몰라보게 누그러져 있다. 성우가 다시 돌아온 이후로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고, 짜증스럽게 온을 밀쳐내지도 않는다. 다만 뭘 그리 숨기는지 시종일관 침묵이니. 힘들어하고 신경질적인 것보다야 낫지...
1 성우가 떠난 그날 다니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휴대폰 주소록에서 성우의 번호를 지우는 일이었다. 위에서부터 맨 밑까지 몇 번을 보고 또 봐도 이미 지워진 번호가 다시 생길 리는 없었다. 연락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재환에게 다시 물을 수도 없었다. 성우 씨 번호는 왜 물어봐? 하고 귀찮게 늘어질 게 뻔했다. 그것은 조금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협회에다 물...
1 눈 앞에서 사라지면 금새 잊어질 줄 알았다. 그와 있으면 늘 마음이 불편했으니까. 꼭 다니엘의 심장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성우가 빼앗아 가진 것처럼, 심장의 박동이 강하게 몸을 울리는, 매일 그런 불쾌한 기분에 휩싸여 지내야 했다. 다니엘에게 성우는 보기 싫은 존재였다. 반강제로 다니엘을 귀찮게 하는 존재. 인기척으로 다니엘의 평온을 방해하는 존재. ...
1 성우와 동생은 고아원에서 자랐다.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동생은 희귀병에 걸려 있었다. 고아원이 검사를 받도록 한 뒤에야 그 병의 존재를 알았다. 꽤 늦은 발견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동생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병은 깊어져만 갔다. 성우는 고통스러워하는 동생 곁에서 매일 울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으니까. 그저 기도하는 것...
1 성우가, 함께 걸어보자 했다. 다니엘은 당연히 싫었다. 자신이 제대로 걷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지금껏 재활치료도 거부해온 것이었는데, 성우가 부탁해오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다니엘은 그런 자신이 낯설고 싫었다. 사람이 예민해지면, 어쩔 수 없게도 한없이 이기적으로 변하지. 주변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도 않고, 신경을 건드리면...
1 악몽을 꿨다. 또, 그 때의 그 사건.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문을 쾅쾅 두드리고, 땅이 울릴만큼 무시무시한 총성이 울려퍼졌다. 정신이 다시 차츰 무너지는 걸 느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주저앉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귀를 꽉 막았다. 그 때 몇 발이 다니엘의 다리를 관통했다. 고통과 함께 더한 공포가 느껴졌다. 이어 가슴께에 ...
1 친구 분이 걱정을 많이 하세요. 인생은, 혼자 가는 게 아니에요. 주변에 분명, 다니엘 씨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다니엘 씨는 매일 마음 졸이면서 걱정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미국으로 떠나던 날에도, 미국에 도착해서도, 계약이 성사됐음을 알리던 날에도, 재환은 다니엘을 걱정했다. 당연히 다니엘이 사고를 ...
1 오랜 시간 끝에, 미국 땅을 밟았다. 다니엘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공항 안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미팅까지 몇 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 호텔로 가서 조금 자고, 미팅 준비를 해두면 될 것 같았다.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밖으로 나왔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햇살이 내리쬐었다.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예약해 둔 호텔에 어떻게 가면...
1 성우에게는 잠들기 어려운 밤이었다. 옆에 바짝 붙어 누워서 잠결에 무거운 팔뚝으로 성우를 꼭 끌어안고 있는 다니엘 때문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따금씩 성우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뭐라고 하는지도 모를 소리를 웅얼거리고, 성우를 인형처럼 끌어당겨 품 안에 꽉 가두었다. 얼굴이 달아올라 터질 것 같았다. "다니엘..." 다니엘의 팔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
1 둘의 입술이 포개지면서, 성우의 입술이 꾹 눌렸다. 성우가 바르작대며 다니엘의 어깨를 꽉 잡았다. 둘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성우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다니엘을 밀쳐내지 않았다. 다니엘이 맞닿아 있던 성우의 입술을 느릿하게 삼켰다. 성우는 더 놀란 듯 으응, 하는 소리를 냈다. 둘의 심장이 쿵쿵거리고 있었다. 다니엘은 갑작스러운 접근에도 피하지 않는 ...
1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성우는 다니엘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더이상 거부가 아닌 잠깐의 '망설임'이란 것을 다니엘도 느낄 수 있었다. 성우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다니엘은 차분한 미소를 보였다. 나는 더 기다릴 수 있어. 성우 너도 조금만 참아줘. 내가 있을 테니까. 2 성우는 지난 밤 다니엘 앞에서 울면서 했던 말들을 두고두고...
1 양호실에서 나온 성우는, 몸이 안 좋다는 말로 야자를 뺐다. 집 안으로 터덜터덜 들어섰다. 어느새 서늘해진 가을 공기가 문 틈새로 끼쳐 들어왔다. 일찍 몸을 씻고 침대에 누웠다. 몸도 마음도 피곤했다. 그래도, 머릿속은 다니엘로 가득했다. 무릎을 그러안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켜줄게. 다니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다니엘은, 어쩌면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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